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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운영체제 격돌… 'PC파'와 '네트워크파' 전쟁 다시 불붙었다

by 희황 2013. 5. 8.

지금 세계 IT업계는 구글의 운영체제(OS) 개발 발표로 떠들썩하다. 전 세계 컴퓨터 사용 인구의 87%가 쓰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 '윈도(Window)'에 구글이 정면 대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는 '두 은하계의 충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이들의 대결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대체 두 회사는 왜 싸우며, 두 회사의 싸움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두 회사의 대결을 관전하려면 먼저 IT 세계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IT의 역사는 사실 두 개의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기업 군(群) 간의 격전(激戰)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즉 'PC파(派)'와 '네트워크파(派)'의 항쟁으로 볼 수 있다. 두 파벌은 마치 다른 이념을 가진 나라와도 같다.

PC파는 개인의 PC에 가능한 한 많은 기능과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업무를 처리하자는 주의다. 반면 네트워크파는 중앙 시스템에 각종 기능과 프로그램을 모아놓고, 개인 사용자는 필요할 때 중앙시스템에 접속해 사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

정치체제에 비유하자면, 전자는 지방자치를, 후자는 중앙정부를 강조하는 집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자는 거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이다. 반면 후자는 IBM과 썬, 넷스케이프, 구글 등 여러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혈투를 벌이고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IBM이 맹주이던 네트워크파가 천하를 호령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형 중앙컴퓨터에 업무를 몰아 처리하고, 사용자는 여기에 단말기를 연결해(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기에 근거리 통신망으로 연결했다) 쓰는 시스템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대형 중앙컴퓨터에 맞먹는 기능을 갖춘 PC가 등장하면서 판도는 급반전한다. PC라는 신무기를 들고 나온 MS와 애플은 순식간에 판세를 PC파로 끌어오게 된다. PC 자체를 개발한 것은 IBM이었지만, MS는 PC를 잘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운영체제(OS)인 MS-DOS와 윈도를 PC의 표준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IT 업계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잠잠하던 전장(戰場)에 다시 포연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썬과 넷스케이프, 구글 같은 네트워크파 신생 기업들의 생각은 이랬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보편화되는 마당에, 뭐 하러 각 개인이 일일이 고성능 PC와 비싼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설치해야 하는가? 큰 중앙시스템에 프로그램을 올려놓고, 사용자는 필요할 때만 사용료를 내고 접속해 쓰면 되지 않겠는가?' 최근에 이 같은 개념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철학을 가진 썬과 넷스케이프가 차례로 MS에 도전했다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번 구글의 운영체제 개발 발표는 썬과 넷스케이프의 실패에 대한 네트워크파의 복수라고도 볼 수 있다.

■구글이 주장하는 새로운 세상

그렇다면 구글이 들고나온 새로운 IT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빠르면 내년쯤이면 현실화될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김첨단씨는 새로 구입한 소형 노트북 PC(인터넷 접속 등 기본적인 기능만 가진 컴퓨터로 넷북이라고도 한다)를 기존 가격보다 20% 싸게 구매했다. MS에서 윈도를 사서 깔 필요 없이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이 공짜로 제공됐기 때문이다. 새 컴퓨터를 켜니 불과 수초 만에 부팅이 돼 김첨단씨의 입에서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PC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구동시키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OS에 최소한의 기능만 간편하게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PC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서 작성 같은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인터넷에만 연결하면 된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무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고, 완성된 문서의 저장도 인터넷으로 처리해 버린다. 구글은 PC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지금의 시스템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고용량 저장장치(하드디스크)와 고속 CPU(중앙처리장치)를 갖춘 비싼 PC를 사야만 한다. 윈도나 문서 작성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도 일일이 사야 한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PC에 쌓이는 소프트웨어는 늘어나므로, PC를 구동시키는 OS에 점점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소비자는 '느리고, 용량을 많이 쓰고, 비싼' 윈도와 부속 프로그램(MS 오피스 등)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구글은 그동안에도 간헐적으로 MS에 도전장을 내밀어 왔다. 그러나 이번 새 운영체제 개발 발표는, 새로운 컴퓨터 세상의 주도권을 놓고 MS에 내민 본격 선전포고의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 컴퓨터 세상에선 운영체제도 바뀌어야 한다. 윈도는 해답이 아니다. 그래서 새 운영체제인 '크롬(Chrome) OS'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다. 윈도는 PC 사양에 따라 부팅 시간이 수 분은 족히 걸리지만, 크롬의 부팅 시간은 '수 초'에 불과할 것이라고 구글은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새 운영체제는 소스를 공개해 사용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개발되면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PC에서 인터넷으로, 구글의 '사용자 대이동' 작전

구글은 물론 자선단체가 아니다. 아무 대가 없이 운영체제를 공짜로 나눠줄 리 없다. 구글의 진짜 전략은 무엇일까? 와튼 스쿨의 라파엘 아밋(Amit) 교수는 "구글의 전략은 '사용자의 MS 의존도를 낮춘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들을 MS가 장악하고 있는 PC 대신, 구글이 강점을 가진 인터넷으로 옮기는 게 구글의 전략이다. 구글은 인터넷에 사용자가 모이기만 하면, 매출로 연결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온라인 검색 광고가 대표적이다. 구글이 지난해 올린 220억달러의 매출 중 97%가 온라인 검색 광고다.

구글은 PC 사용자의 M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구글은 2006년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프로그램 '구글 독스(Docs)'를 내놓았다. MS의 워드와 엑셀 등에 대항하는 프로그램인데,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이용자는 150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구글은 이어 2007년에 휴대전화와 소형 노트북 PC(넷북)에 필요한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Android)'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 소스로 계속 개발 중인 안드로이드는 역시 무료로 각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 여러 휴대전화 메이커들은 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안드로이드 폰'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구글은 MS의 익스플로러(Explorer)에 대항하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을 내놓았다. 익스플로러에 대항했다 몰락한 넷스케이프의 후계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구글은 드디어 MS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윈도에 칼을 꽂으려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구글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구글독스나 안드로이드, 크롬, 크롬 OS는 각각 MS의 오피스와 윈도 모바일, 익스플로러, 윈도에 대항에서 만든 제품이다. MS와 달리 모두 무료이고, 저용량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소스를 오픈하므로 개방적이다. 예를 들어 구글 독스나 크롬은 윈도뿐 아니라 어떤 OS에서도 무리 없이 실행된다.

MS와의 이 세기적 결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는 그 어떤 CEO보다도 신중하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그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예전에 자신이 몸담았던 업체들이 MS와 섣불리 싸움을 벌였다가 대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썬이 그랬고, 노벨시스템이 그랬다.

'장수를 치려거든 말부터 치라'는 격언이야말로 그의 전략을 가장 잘 묘사해 준다. 구글의 젊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이미 10년 전부터 MS와 정면승부를 가늠질해 왔다. 그러나 2001년 구글에 합류한 슈미트 CEO는 MS에 대항해 운영체제를 스스로 개발하려는 두 창업자를 뜯어말렸다. 그리고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후발기업의 싹을 잘라온 MS, 이번에는?

물론 구글의 도전에 MS가 순순하게 물러날 리는 없다. 구글 못지않게 MS도 끈질기다. 와튼스쿨의 피터 페이더(Fader) 교수는 MS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나오는 '거북이'에 비유한다. MS는 전형적인 1등 기업의 전략을 구사한다.

신생 기업들이 새롭고 뛰어난 프로그램으로 도전하면 MS는 저가 물량 공세와 차별화로 신생 기업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 버린다. 인터넷 브라우저나 미디어 플레이어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점 규제를 무릅쓰고 운영체제에 공짜로 끼워준 것이 대표적이다.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윈도의 압도적인 우위는 MS의 철옹성을 더욱 굳혀주었다. 윈도에 관한 한 MS가 가장 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은 MS만큼 소프트웨어가 윈도상에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윈도의 숨은 기능도 활용하기 어렵다.

MS는 구글의 도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맞불 작전으로 나선 것이다. MS는 지난 13일 자사의 사무용 프로그램인 'MS 오피스'를 인터넷용으로 간소하게 다시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구글 독스'를 겨냥한 발표다.

또 MS는 인터넷에 적합한 새로운 운영체제인 '가젤(Gazelle)'을 개발 중이다. 이 새 운영체제는 구글이 개발 중인 '크롬OS'의 대항마임에 틀림없다.

MS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Amazon)과도 일전 불사를 선언했다. 데이터 저장이나 사무용 프로그램 처리를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유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를 올 11월부터 개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마존의 'EC2', 'S3'를 겨냥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과 MS의 최종 승부는 어떻게 끝날까?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김영배 교수는 '지배제품(dominant design)'의 개념을 들어 "쉽게 끝나기 어려운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산업에서 지배제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구글의 크롬OS처럼 많은 업체들(complementary partners)이 쉽게 참여해 개발하고 제휴할 수 있는 '개방형' 제품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VCR 시장에서 JVC의 VHS 방식이 적극적인 제휴를 구사하는 개방형 전략으로 세(勢)를 불림으로써 기술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소니의 베타 방식을 이긴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교수는 그러나 MS 윈도처럼 지배제품이 명확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단서를 붙였다. 이 경우 도전자는 혁신을 통해 기존 소비자(installed base)를 빼앗고, 산업 전체에 지배자가 누구인지 불확실해지도록 지구전을 벌여야 한다. 보다 어려운 싸움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MS에 나가떨어진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구글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이 220억달러, 이익이 42억달러에 달해 지구전을 해나갈 체력이 있다. 승부를 쉽게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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